
고대부터 현대까지 많은 역사는 대개 왕이나 군주 또는 특정 정치인을 중심으로 서술되거나 기억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어떤 민족의 개성이나 그들이 만들어낸 제도 또는 발명품으로 기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장사꾼의 나라이자 인류에 알파벳과 갤리선을 남긴 고대 페니키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원전 3,000년 경 이집트와 수메르가 안정적으로 자신들의 문명을 꾸려나가고 있을 때 시리아와 아라비아 지역에는 유목민으로 떠돌던 셈족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일부는 살던 지역을 떠나 당시 노른자 땅이었던 메소포타미아를 정복해 기원전 2334년 아카드 왕국을 세웠고, 이어서 기원전 1895년 고바빌로니아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이들이 내륙으로 눈을 돌릴 때 셈족의 또 다른 일부는 특이하게도 해안에 정착해 바다 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이 바다의 셈족이 후일 그리스인들에게 ‘페니키아 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이었습니다. 페니키아인들이 정착한 곳은 지중해 동부 해안이자 시나이반도와 아나톨리아 사이 고대 가나안 북쪽 지역 또 크게는 ‘레반트‘라고 불리는 지역에 속해 있으며 오늘 날 레바논, 시리아, 이스라엘 북부가 포함된 해안 지역입니다.
페니키아는 사실 아나의 국가가 아니라 이 지역에서 활동했던 사람들 전체를 가리킵니다. 특히 여러 도시 국가 연맹체를 일컫는데 그 도시 국가 중 첫 번째로 설립된 곳이 바로 ’비블로스‘였습니다. 비블로스는 이집트에서 공수한 파피루스를 팔았다고 하고 파피루스의 그리스어 ’비블로스‘로 불렸습니다. 성경의 영어 단어 ’바이블‘이 비블로스에서 유래 했습니다. 비블로스가 하나의 도시로 성장 할 수 있었던 건 강대국 이집트 덕분이였는데 이집트는 남 부러울 것 없이 풍요로운 국가였지만, 건축에 사용할 목재만은 희귀했습니다. 때마침 레바논 지역에는 질 좋은 목재가 자랐고 둘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리고 이집트 제 12왕조, 기원전 1991년에서 1782년 사이 비블로스는 이집트에 목재를 팔고 파피루스를 떼다 지중해와 메소포타미아에 팔아 큰돈을 벌게 됩니다. 그러나 큰돈이라고 해봤자 졸부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이집트나 바빌로니아와 패권을 놓고 싸울 만큼 강대국은 아녀서 비블로스는 그저 이곳저곳의 속국으로 부유하며 칼이 아닌 돈을 만질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원전 1200년경 청동기 시대가 끝나면서 지중해와 서아시아의 판세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특히 히타이트가 멸망하고 이집트의 세력이 크게 약화했는데 이는 끼인 지역이었던 페니키아에 큰 기회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이집트를 주 고객으로 삼고 있던 비블로스에게는 큰 타격이었지만 이후 ’시돈‘과’티레‘를 비롯해 여러 도시들이 들어서면서 페니키아 연맹 자체는 더욱 강화됩니다. 그러나 페니키아는 여전히 내륙으로 갈 생각이 없었는데 여전히 내륙쪽에는 자신들보다 군사력이 강한 국가들이 도사리고 있었고 특히 동쪽은 커다란 레바논 산맥과 사막이 가로막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먹거리는 땅보다는 바다 쪽에 더 많아 보였습니다. 특히 미케네 문명이 멸망한 이후 지중해는 무주공산이었기에 가히 페니키아의 세상이라 할 만했습니다. 페니키아는 지중해를 빠르게 장악해나가기 시작합니다.
페니키아의 배는 뭔가 특별함이 있다??
페니키아가 지중해를 자기 집 앞마당처럼 누비고 다닐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페니키아 해안은 배를 댈 수 있는 큼지막한 바위와 작은 만이 많았습니다. 거기에 페니키아는 당시 가장 발달한 선박 건조 술을 보유해 노와 돛이 결합한 갤리선을 만들었는데 이 갤리선의 재료가 되는 목재기 특별했습니다. 바로 좋은 향기를 내뿜는 소나뭇과의 레바논 삼, 즉 백향목이었는데 이 백향목은 해발 3천미터의 레바논 산맥에서 자랐는데 레바논산맥은 페니키아의 내륙 진출을 방해하고 농지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대신 백향목이라는 축복을 안겨주었습니다.
백향목은 40미터까지 곧게 자라는 데다 4미터 둘레에 내구성까지 좋아 건축 자재로도 귀하고 무엇보다 물에 잘 썩지 않고 충격을 잘 견디기 때문에 선박 재료로 안성맞춤이었답니다. 구약성경에 모세가 나병환자를 치료할 때 백향목을 썼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건축 자재로서 70번이나 등장하고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는 길가메시와 엔키두가 괴물 훔바바를 무찌르고 획득한 아이템이 바로 이 백향목이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도 백향목은 페니키아의 후에 레바논 국기 한 가운데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페니키아는 천연 항구와 자원 그리고 백향목으로 만든 튼튼한 배 여기에 뛰어난 항해술과 상업적 감각을 더해 지중해 물류를 완벽히 장악했습니다. 키프로스에서는 구리와 토기 이집트에서는 곡물과 파피루스 멜로스 섬에서는 흑요석을 수입해 인근 지역에 되팔았습니다. ᅟ특히 소금 무역이 쏠쏠했습니다. 교역국 이집트에서 소금 호수인 조염을 정제하거나 바닷물을 햇빛에 증발시켜 천일염을 생산해 내다 팔았는데 소금은 강수량이 많거나 절벽이 많은 지역에서 특히 귀한데 페니키아산 소금은 품질이 좋아 매우 비싸게 팔렸습니다. 그 밖에 기후와 토양이 중요한 올리브와 포도 또한 중계무역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