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집트 수단 전시관
영국 박물관은 이집트의 카이로 박물관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규모의 이집트 유물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곳입니다. 소장 규모도 엄청나지만 유물의 가치 또한 매우 귀중한 것들이 많아 고대 이집트학 연구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료들이라고 합니다. 영국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집트 유물은 나일강 유역의 기원전 1만 년 시대부터 신석기 시대 거쳐 12세기 콥틱 시대에 이르기까지 고대 이집트 전 시기에 있으며 약 11,000여 년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의 이집트와 수단 전역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총망라하고 있습니다. 영국박물관에 이처럼 방대한 이집트 역사 유물이 전시되고 있는 까닭은 과거 대영제국의 식민지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1801년 영국 군대가 이집트에서 나폴레옹이 이끈 프랑스군대를 격파한 후 나폴레옹의 군대가 수집했던 이집트 유물들을 모두 몰수하여 1803년 영국박물관으로 보냈습니다. 이후에도 영국 정부는 헨리 솔트를 이집트의 자문관으로 파견하였고 헨리 솔트는 이집트에서 막대한 양의 귀중한 유물을 수집하여 유럽으로 보냈는데 이 유물 중 상당수는 영국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이 매입했습니다. 19세기 후반부터는 E.A.월리스 버지의 후원으로 이집트탐험기금이 조성되어 이집트 유물발굴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영국박물관은 자체적인 발굴단을 조직하여 이집트와 수단지역에서 고대도시 발굴 및 유물발굴을 진행하였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친 발굴 탐사 과정을 통하여 많은 이집트 유물들이 영국박물관에 유입되었으나, 이집트에서 유물 발굴 및 국외 반출에 대한 법령을 엄격하게 개정하면서 탐사작업의 규모는 축소되었고, 그럼에도 영국박물관의 이집트 수단 전시관의 유물은 약 11만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집트 수단 전시관은 영국박물관에서도 최대 볼거리를 보여주는 곳으로 매년 많은 관람객들이 찾는 인기 코스입니다. 실제로 영국 박물관에서 이집트, 수단 전시관은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이들이 전시하고 있는 작품들은 영국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전체 이집트 유물 컬렉션 가운데 4% 수준에 불과합니다.
로제타석
수단 전시관에서 가장 대표적인 전시품으로 로제타석을 꼽을 수 있습니다. 로제타석은 영국박물관에서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유물입니다. 1799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군 포병 사관이었던 피에르 부샤르가 나일강 어귀에 발견했다고 전해지며 기원전 196년, 고대 이집트에서 제작된 화강암 비석으로 같은 내용의 글을 이집트 상형문자, 민중문자, 고대 그리스어 등 3가지 다른 문자로 번역되어 조각해 놓았습니다. 로제타석은 고고학계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귀중한 유물로 수천 년간 잊혀졌던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로제타석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동일한 내용을 각기 다른 3가지 언어로 쓰여 있는데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프톨레마이오스 5세가 사제들에게 큰 은혜를 베푼 것을 찬양하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과 토마스 영은 비슷한 시기에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로제타석에 적힌 고대 그리스어 해독을 바탕으로 이집트 민중문자를 해독하고 그 다음엔 이집트 상형문자를 차례로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
람세스 2세 흉상
로제타석과 함께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인 람세스 2세의 석조 흉상 역시 영국 박물관을 대표하는 이집트 유물 중 하나입니다. 1816년 조반니 벨조니가 이집트 라메세움 내의 룩소르 유적에서 발굴하여 영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람세스 2세는 활발한 식민지 정복과 영토 확장에 주력하면서 자신의 세력이 미치는 곳곳에 자신의 거대한 조각상을 만들어 세운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탈리아 파두아 출신인 지오반니 벨조니는 영국으로 건너가 서커스 차력사가 되지만 그 일에 싫증을 느끼고, 이집트 카이로로 가게 됩니다. 수차를 제작하는 기술자로 이집트 생활을 시작한 그는 역시 수차 제작에도 흥미를 잃어 성공하지 못했고 대신에 탐험가인 부르크하르트의 소개로 유물을 운반하는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는 이집트 주재 영국 총영사관이었던 헨리 솔트의 요청을 받아 멤논 흉상의 운반을 맡게 되는데 당시까지만 해도 멤논으로 알려져 있던 이 거대한 흉상의 주인공은 사실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유명한 파라오로 손꼽히는 람세스 2세였습니다. 람세스 2세 흉상의 모습은 실제 람세스의 얼굴이라기보다 이상화된 얼굴일 것이라 추측됩니다. 흉상 오른쪽 가슴에 뚫린 구멍은 나폴레옹의 병사들이 흉상을 프랑스로 옮기려다 실패해서 생긴 구멍이라는 설이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아닙니다. 영국의 시인 퍼시 셀 리가 1818년 람세스 2세 흉상을 본 후 인생무상과 권력의 덧없음을 노래한 시 오지만디아스로 이 거대한 이집트 유물은 영국인은 물론 전 유럽인들에게 매우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지금도 영국 박물관 고대 이집트 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람객들의 시선을 압도하는 작품으로 당당한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