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갑자기 결정했던 한라산 등반.
버킷리스트였던 한라산 백록담을 보고 내려오기까지 무려 왕복 10시간 정도가 걸렸어요.
정상에 도착했을 때는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는데...
막상 성판악으로 다시 내려오고 나니 다리가 제 다리가 아닌 느낌이더라고요.^^
배도 얼마나 고팠는지 몰라요.
그래서 숙소로 바로 들어가기보다는 서귀포 쪽으로 넘어가 따뜻한 보말칼국수와 시원한 물회로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쇠소깍 근처에서 찾은 부에난소라 하효마을

저희가 찾아간 곳은 쇠소깍 근처에 있는
부에난소라 하효마을이에요.
제주에 오면 흑돼지도 좋고 갈치도 좋지만, 보말이나 소라처럼 제주에서 맛보는 해산물 음식도 꼭 한번 먹어보고 싶잖아요.
특히 이날은 하루 종일 산을 걸었던 날이라 무겁고 기름진 음식보다는 따뜻한 국물과 시원한 물회가 딱 당겼어요.

외부에 해녀물회와 제철 한치 등을 알리는 안내도 보였습니다.
한라산에서 내려온 뒤라 그런지 간판에 보이는 음식 사진 하나하나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고요.^^
화려하기보다는 편안했던 내부

안으로 들어가 보니 관광지의 화려한 식당보다는 편안한 동네 식당 같은 분위기였어요.
이날 저희가 원했던 것도 바로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10시간 가까이 산을 타고 내려왔더니 그냥 편하게 앉아서 빨리 밥부터 먹고 싶었거든요.^^

벽에는 보말과 전복, 소라, 문어 등 제주 해산물을 활용한 메뉴들이 보였어요.
저희는 고민하다가 보말칼국수와 물회를 주문했습니다.
따뜻한 것과 시원한 것 하나씩.
결론부터 말하면 한라산 등반을 마친 이날 저녁 메뉴로 정말 잘 골랐어요.
보기만 해도 시원했던 해녀물회

먼저 물회가 나왔습니다.
커다란 그릇에 채소와 김가루가 푸짐하게 들어가 있고 가운데에는 전복과 문어, 소라 같은 해산물이 올라가 있었어요.
등산하면서 흘린 땀 때문인지 빨갛고 시원해 보이는 물회를 보는 순간부터 입맛이 확 살아났습니다.
무엇보다 재료가 여러 가지 들어가 있어서 한 젓가락 먹을 때마다 식감이 달랐어요.

특히 소라의 꼬들꼬들한 식감이 좋았습니다.
야채의 아삭한 식감에 해산물의 쫄깃함까지 더해져서 산행 후 지친 입맛을 살려주더라고요.
새콤하고 시원한 육수도 함께 먹으니 몸의 열이 조금씩 내려가는 기분이었어요.
하루 종일 산길을 걸었던 터라 이런 시원한 음식이 정말 반가웠습니다.
제주에서 먹으니 더 반가웠던 고등어구이

식탁에는 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구이도 함께 놓였습니다.
껍질은 노릇노릇하게 익고 속살은 촉촉해 보였어요.

젓가락으로 살을 떼어보니 속살이 제법 도톰했습니다.
따뜻한 밥에 고등어 한 점 올려 먹으니 이런 게 또 제주에서 먹는 밥맛이더라고요.^^
물회 한입 먹고 고등어 한점 먹고...
배가 고팠던 것도 있지만 이날은 유난히 음식이 술술 들어갔습니다.
한 상 차려지니 이제야 산행이 끝난 기분

음식이 한상 차려지고 나니 그제야
'오늘 한라산 정말 다녀왔구나.'
싶더라고요.
아침 일찍 성판악에서 출발해서 백록담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긴 길을 내려왔으니 몸은 정말 지쳐 있었습니다.
그래도 남편과 마주 앉아 하루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천천히 저녁을 먹으니 긴장이 풀렸어요.
올라갈 때 힘들었던 이야기, 백록담을 봤을 때 이야기...
밥을 먹으면서도 한라산 이야기가 끝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렸던 보말칼국수

제가 이날 특히 기대했던 건 보말칼국수였어요.
제주 여행을 하다 보면 한 번쯤 보게 되는 메뉴인데, 한라산을 다녀온 날이라 따뜻한 국물이 더 간절했습니다.
그릇이 나오자마자 고소한 느낌의 국물이 눈에 들어왔어요.
김가루와 깨가 듬뿍 올라가 있고 국물 속에는 보말이 제법 많이 보였습니다.
첫 숟가락을 뜨는데...
'아, 오늘은 이거다.'
싶더라고요.^^
국물 속 보말이 정말 푸짐

숟가락을 넣어보니 보말이 하나둘이 아니었어요.
작지만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보말 특유의 식감과 고소한 국물이 잘 어울렸습니다.
보말을 처음 먹는 분이라면 일반 조개와는 조금 다른 식감이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저는 이 꼬들꼬들함이 좋더라고요.
이 사진을 보면 보말이 얼마나 들어 있었는지 조금 느껴지시죠?
숟가락으로 떠먹을 때마다 보말이 따라 올라오니 제주에 와서 보말칼국수를 먹고 있다는 느낌이 제대로 났어요.
면까지 후루룩

칼국수 면도 들어 올려 한입.
면에 국물이 잘 묻어 있어서 따뜻하게 후루룩 먹기 좋았습니다.
산에서 하루 종일 에너지바나 간단한 간식으로 버티다가 제대로 된 따뜻한 국수를 먹으니 얼마나 든든하던지요.
이날만큼은 다이어트도, 탄수화물도 잠시 잊었습니다.^^
10시간 걸었으니 이 정도는 먹어도 되겠죠?
보말 한 숟가락까지 야무지게

먹다 보니 처음에는 많아 보였던 한 그릇도 어느새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물회가 시원하고 상큼한 느낌이었다면 보말칼국수는 고소하고 따뜻해서 서로 완전히 다른 매력이 있었어요.
그래서 둘이 함께 주문한 게 더 좋았습니다.
둘이 방문한다면 메뉴 하나씩 주문해서 나눠 먹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라산 등반 후라 더 기억에 남았던 제주 저녁
사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정말 맛있는 음식도 기억에 남지만,
그 음식을 언제, 누구와, 어떤 하루를 보내고 먹었는지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이날 저녁이 딱 그랬습니다.
버킷리스트였던 한라산을 남편과 함께 오르고,
백록담을 직접 보고,
10시간 가까운 긴 산행을 끝낸 뒤 먹었던 저녁.
그래서인지 보말칼국수의 따뜻한 국물도, 물회의 시원한 맛도 평소보다 훨씬 맛있게 느껴졌어요.
제주 서귀포 여행 중 쇠소깍 근처에서 제주다운 메뉴를 찾는다면 보말칼국수와 해녀물회도 한번 생각해 볼 만한 메뉴인 것 같아요.
저희처럼 한라산 등반을 마치고 내려온 날이라면 더더욱 따뜻한 보말칼국수 한 그릇이 반가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은 정말 힘들었던 하루였지만,
백록담도 보고 맛있는 저녁까지 먹고 나니
'오늘 하루 진짜 꽉 채워서 잘 보냈다.'
싶었던 제주에서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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