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노마드 힐링 프로그램을 마친 다음 날.
사실 이날 한라산 등반은 미리 계획해 둔 일정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제주에 와 있으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에 안 가면 또 언제 한라산을 올라가 보겠어?'
한라산 백록담은 오래전부터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마음먹고 제주까지 다시 와도 날씨나 일정 때문에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곳이잖아요.
그래서 조금은 갑작스럽게 남편과 함께 한라산 성판악 코스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아직 아침 공기가 남아 있던 성판악 탐방안내소.
건물 앞에 서니 그제야 실감이 났어요.
'정말 오늘 한라산 정상까지 가는구나.'
설레기도 했지만 왕복 시간이 워낙 길다고 들어서 걱정도 조금 됐습니다.
한라산 성판악 코스, 드디어 시작

입구에는 한라산과 성판악 탐방로에 대한 안내가 자세히 되어 있었어요.
한라산을 오르기 전에는 무작정 출발하기보다 탐방로와 거리, 입산·하산 제한시간 등을 한번 확인하고 가는 게 좋겠더라고요.

안내판을 보니 정상인 백록담까지 이어지는 길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사진 속 안내 기준으로 성판악에서 정상까지 약 9.6km, 왕복하면 약 19.2km 정도 되는 긴 코스였어요.
저희도 실제로 쉬는 시간까지 포함해 왕복 약 10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숫자로만 봐서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직접 걸어보니 결코 만만한 산행은 아니었어요.

입구를 지나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힘이 넘쳤어요.^^
정상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보다는 버킷리스트 하나를 드디어 시작한다는 설렘이 더 컸습니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한 걸음씩

성판악 코스 초반은 울창한 숲길이 이어졌습니다.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 한라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침이라 공기도 비교적 선선했고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도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한라산은 역시 한라산이더라고요.
계속 걷다 보니 처음의 여유는 조금씩 사라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묵묵히 앞만 보고 걷게 됩니다.^^
걷다 보니 해발 900m 표지석이 나왔어요.

이런 표지석을 만날 때마다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이니 괜히 힘이 나더라고요.
"그래,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하면서 잠깐 사진도 찍고 다시 걸었습니다.
해발 1,400m, 점점 달라지는 한라산

어느새 해발 1,400m.
고도가 올라갈수록 풍경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초반의 숲길과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한라산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다리는 점점 무거워졌습니다.
올라가면서 몇 번이나
"도대체 정상은 언제 나오는 거야?"
라는 말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해발 1,700m, 이제 정말 정상 가까이

그리고 드디어 해발 1,700m.
이 표지석을 봤을 때는 정말 반가웠어요.
한라산 정상 백록담의 높이가 1,950m이니 이제 정말 정상 가까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여기서부터도 결코 짧지는 않았지만요.^^

중간중간 정상까지 남은 거리와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한라산은 단순히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정해진 시간 안에 통제 지점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를 너무 많이 부리기는 어렵더라고요.
특히 긴 코스인 만큼 물과 간식도 충분히 챙기고, 체력 안배를 잘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름 위로 올라오니 펼쳐진 풍경

계속 걷다가 어느 순간 뒤를 돌아봤는데...
정말 멋진 풍경이 펼쳐졌어요.
산 아래로 구름이 길게 깔려 있고 그 위에 제가 서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힘들어서 다리가 천근만근이었는데 이런 풍경을 보면 또 잠시 힘든 걸 잊게 되더라고요.
'그래, 이걸 보려고 여기까지 올라왔나 보다.'
사진으로 다시 봐도 그날의 기분이 떠오릅니다.
드디어 한라산 백록담!

그리고 마침내...
한라산 백록담에 도착했습니다.
오래전부터 한번쯤 꼭 와보고 싶었던 곳.
사진으로만 봤던 백록담을 실제 눈앞에서 보는 순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벅찼어요.
힘들게 올라왔기 때문인지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갔던 날에는 백록담의 모습도 볼 수 있었어요.
푸른 초록빛 산과 분화구 안에 고여 있는 물, 그리고 살짝 내려앉은 구름까지.
화려하지 않은데도 한참을 바라보게 되는 풍경이었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한 장이지만 이 풍경을 보기 위해 몇 시간을 계속 걸어 올라왔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뿌듯했어요.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루다

정상에 도착해서 인증사진도 남겼습니다.
아마 이번 제주 여행에서 가장 뿌듯했던 사진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언젠가는 한라산 백록담에 가보고 싶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버킷리스트 하나를 정말 해냈으니까요.
남편과 함께 올라왔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힘들 때 같이 쉬고, 서로 조금만 더 가보자고 이야기하면서 끝까지 올라왔던 시간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내려가는 길에 만난 뜻밖의 친구

내려가는 길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도 있었어요.
숲속에서 사슴을 만났습니다.
한라산의 울창한 숲 사이에서 조용히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괜히 반갑더라고요.
다만 야생동물이니 가까이 다가가거나 먹이를 주기보다는 멀찍이서 조용히 바라봤습니다.
이런 순간도 한라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억이 됐어요.
왕복 10시간, 힘들었지만 다시 생각나는 한라산
아침에 시작한 산행은 내려오고 나니 거의 10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힘들었어요.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지만 내려오는 길 역시 끝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직도 안 끝났어?'
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다 내려와서 돌아보니 힘들었던 기억보다 백록담을 직접 봤다는 뿌듯함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계획에도 없던 한라산 등반이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제주 여행이 된 것 같아요.
한라산은 그냥 높은 산 하나를 오른다는 느낌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고, 해발 900m와 1,400m, 1,700m를 하나씩 지나면서 결국 1,950m 정상까지 올라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었어요.
그리고 정상에서 백록담을 바라보던 순간.
아마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버킷리스트였던 한라산 백록담.
힘들었지만 결국 해냈고,
그래서 더 뿌듯했던 제주에서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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