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초의 르네상스 성 삼위일체(1428년)
13세기 전반 도미니코 수도회의 수도사들이 설립한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는 초기 르네상스 화가들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마사초의 성 삼위일체입니다. 15세기의 가장 중요한 화가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르네상스 회화의 창시자 마사초의 작품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마사초는 형상이 입체적으로 보여지도록 빛과 색조의 효과를 이용한 최초의 화가였습니다. 그의 본명은 본래 구이디였는데 사람들은 그에게 지저분한 톰이라는 뜻을 지닌 마사초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습니다. 마사초는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고 열정적으로 그림 그리기에만 집중하며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고딕 양식과 정교한 장식을 기피하고 한층 사실적인 표현법을 발전시켜나간 마사초는 1429년 28살을 채 넘기지 못하고 요절했습니다. 성 삼위일체라는 그림은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위격이 하나의 실체인 하나님 안에 존재한다는 그리스도교의 교의인데, 마사초의 성 삼위일체는 한 화면 안에 회화와 조각, 건축이라는 예술로서의 삼위일체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림에서 성부인 하나님은 성자 예수를 바라보고 있고 하나님과 예수 사이에는 성령을 상징하는 하얀 비둘기가 날개를 펴고 앉아 있습니다. 아래에는 성모 마리아와 사도 요한이 외부 가장자리에는 독실한 신자처럼 보이는 도메니코 렌지와 그의 아내가 있는데 이 부부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에 있던 가족 묘소의 벽을 장식하기 위해 이 그림을 주문했습니다. 그림 맨 아래 놓은 것은 석관으로 석관 뚜껑 위에는 해골이 누워 있으며 벽에 새겨진 문구에서는 나도 한때 그대와 같았다, 그대도 이제 나처럼 될지어다. 라는 글귀로 삶의 유한성, 인간 세계와 밀접한 르네상스 정신을 나타냅니다.
시대가 흘러도,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부분은 그림을 구성하는 수단으로서 단시점 원근법을 이용한 방식입니다. 마사초는 젊은 시절 르네상스 건축양식 창시자인 브루넬레스키와 가까이 지내며 원근법이라는 기술을 배웠습니다. 당시 27세의 천재 화가 마사초는 그림의 역사를 새롭게 세웠는데 기존 2차원에 머물렀던 그림 세계를 3차원으로 나타냈습니다. 가장 깊숙한 안쪽 천정의 사각 무늬, 그 앞의 하나님과 예수, 그리고 마리아와 요한 도네미코 렌지와 아내까지 저마다 자신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마사초는 성인의 키를 약 165cm로 가늠하여 그림을 보았을 때 공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소실점의 위치를 정하여 실제로 이 그림을 보면 벽을 뚫고 깊숙이 공간이 트이는 느낌을 받습니다.
세금을 바치는 예수(1424년 ~ 1427년경)
마사초는 브랑카치 예배당의 흰색 벽에 신약성서 마태복음 속 이야기를 그려놓았습니다. 내용에 따르면, 그리스도가 가버나움에 방문하였을 때 로마인 관리가 다가와 성인 남성이라면 누구나 내야 하는 성 전세를 요구했습니다. 제자들은 이에 반발했지만 그리스도는 베드로에게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면 입 속에 돈이 있을 테니 그 돈을 가져오라고 하여 성 전세를 지불했다고 합니다. 작품에서의 특이한 점은 마사초는 이 내용을 각기 다른 시점에서 일어난 세 장면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림의 가운데는 예수가 베드로에게 강을 가리키는 모습 왼쪽에는 베드로가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는 장면 오른쪽에는 베드로가 관리에게 돈을 건네는 모습입니다. 전통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과 달리 마사초의 표현기법은 르네상스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모두 단단하고 입체적으로 보이는 조각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모두 발전된 단계 명암법이 사용되었습니다. 선명한 색상과 짙은 명암 대비가 가장 큰 특징으로 특히 세금을 걷는 관리의 다리에서 보이는 명암 표현은 뛰어납니다. 아울러, 인물뿐만 아니라 풍경의 묘사에서도 새로운 양식을 도입했는데 멀리 있는 산을 표현하기 위해 대기원근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원근법의 화가로서 짧은 생을 마감한 마사초 그 위대한 업적을 기억하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